솔직히 저는 노트북 하나 사는 데 일주일을 허비했습니다. 처음엔 "가볍고 성능 괜찮으면 되지"라고 가볍게 시작했는데, 검색을 시작하자 끝이 없더군요. 맥북이냐 윈도우냐부터 RAM 용량, 화면 크기, 패널 종류까지 유튜브 리뷰만 20개 넘게 봤습니다. 결국 하나를 샀는데, 막상 받고 나니 "저 모델이 배터리가 더 좋았는데" 하는 생각이 며칠간 맴돌았습니다. 정작 산 제품은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데도 말입니다. 왜 우리는 선택을 하고도 계속 후회할까요?
극대화자는 왜 불행한가
여러분은 물건을 살 때 어떤 타입인가요? 모든 옵션을 다 검토하고 '최선'을 찾아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인가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극대화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극대화자는 어떤 선택이든 반드시 최고의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청바지 한 벌을 사기 위해 모든 매장을 방문하고, 온라인 리뷰를 샅샅이 뒤지며, 가격 비교 사이트를 끝없이 탐색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객관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얻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극대화 성향이 강한 학생들은 평균 20% 더 높은 연봉의 직장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만족도입니다.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이들은 구직 과정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입사 후에도 "다른 회사가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만족자보다 훨씬 낮은 행복도를 보였습니다. 제가 노트북을 사며 겪었던 것과 똑같은 패턴입니다.
극대화자가 불행한 근본적인 이유는 평가 기준이 내면이 아닌 외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타인의 선택과 자신의 선택을 끊임없이 비교합니다. 또한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강박은 뇌를 지치게 만들고, 결정을 내린 후에도 "만약 저걸 샀다면 더 좋았을까?"라는 가상 시나리오에 쉽게 빠지게 합니다.
반면 만족자는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최소 요건을 충족하는 옵션을 발견하면 그 즉시 탐색을 중단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더 나은 옵션이 존재할 가능성은 이들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자신의 기준을 넘었으니 추가 탐색은 시간과 에너지 낭비일 뿐입니다.
저는 이 연구를 읽으면서 계속 찔렸습니다. 뭔가를 살 때마다 리뷰를 끝없이 뒤지고, 결국 사고 나서도 미련이 남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해왔기 때문입니다. 극대화자 성향이 우울감, 낮은 자존감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선택의 방식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정피로와 선택의 역설
선택지가 많으면 좋은 걸까요? 고전 경제학은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은 정반대입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오히려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결정을 내린 후에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이를 선택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두 종류의 우유 중 하나를 고를 때는 포기한 대안의 장단점을 명확히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가지 우유가 진열된 상황에서는 어떨까요? 저지방, 무지방, 유당제거, 귀리유, 아몬드유... 선택한 제품이 완벽하더라도 "어딘가에 더 좋은 제품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남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특히 온라인 쇼핑에서 극심합니다. 수많은 리뷰와 데이터가 제공되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의 괴리 때문에 더 큰 실망감을 맛보게 됩니다. 저 역시 노트북을 고를 때 수십 개의 리뷰를 읽으며 "이 정도 정보면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있겠지"라고 착각했지만, 결국 남은 건 찝찝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건 결정피로입니다. 우리 뇌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특히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매 순간의 선택을 처리하면서 점차 자원을 고갈시킵니다. 가석방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판사들의 가석방 허가율은 일과 시작 직후나 점심 식사 직후에 가장 높았고, 휴식 직전이나 일과 종료 시점에는 거의 0%에 가까웠습니다. 법적 판단이 뇌의 에너지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는 건 충격적입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우리는 분석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정보가 넘쳐나면 뇌가 동결되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같은 생각만 반복하게 됩니다. 블랙베리가 아이폰 출시 후 터치스크린을 도입할지 물리 키보드를 고수할지를 두고 오랜 시간 내부 논쟁에 빠져 있다가 시장을 잃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이 자료를 읽으며 깨달은 건 만족자 마인드셋의 중요성입니다. 모든 영역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대신, 정말 중요한 한두 가지만 극대화하고 나머지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결정을 시작하기 전에 수용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첫 번째 대안이 나타나면 추가 탐색 없이 결정을 확정하는 거죠.
또한 사소한 결정은 자동화해야 합니다. 매일 입을 옷이나 먹을 음식 같은 결정은 규칙을 만들어 자동화함으로써 결정 에너지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노트북을 고를 때 처음 세운 기준, "가볍고 성능 괜찮은 것"만 지켰다면 일주일을 허비하지 않았을 겁니다.
완벽한 결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가 만족하기로 결정한 선택'만이 있을 뿐입니다. 선택을 하고 나면 그것의 장점을 찾는 데 집중하고, 타인과의 비교를 멈춰야 합니다. 저는 이제 노트북 리뷰를 더 이상 보지 않습니다. 제가 산 제품이 제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찝찝한 마음이 사라지고, 비로소 만족감이 찾아왔습니다.
참고: https://thedecisionlab.com/reference-guide/economics/the-paradox-of-ch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