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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강점 오용의 함정 (정직, 겸손, 자기조절)

by 통찰심리노트 2026. 2. 26.

"솔직히 그 옷 별로인 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 친구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오랫동안 제 정직함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믿었습니다. 상대방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직장에서 회의 중 동료의 기획안에 "이건 현실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여러 사람 앞에서 잘라 말한 뒤, 그 동료가 한동안 저를 피하는 걸 경험했습니다. 선배가 조용히 불러 "네 말이 틀린 건 아닌데, 방식 때문에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고 했을 때, 정직이라는 강점이 때론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강점도 과하면 독이 된다: 오용의 심리학

긍정심리학자 라이언 니미츠는 강점 활용에서 '중용'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24가지 성격 강점은 많이 쓸수록 좋은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적절한 강도로 발휘될 때 비로소 긍정적 결과를 낳습니다. 마틴 셀리그만과 크리스토퍼 피터슨이 3년간 55명의 사회과학자와 진행한 연구에서 도출한 VIA 분류 체계는 6가지 미덕과 24가지 강점을 체계화했지만, 이들 강점에도 명확한 '적정선'이 존재합니다.

정직 강점의 경우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미사용 상태에서는 가식과 위선으로 나타나지만, 최적 활용 시에는 진정성 있는 자기표현과 책임감으로 발현됩니다. 문제는 오용입니다. 정직이 지나치면 무례할 정도의 솔직함이 되고,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태도로 변질됩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이 바로 이 경우였습니다. 솔직함이라는 명목 하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나는 원래 솔직한 사람이니까"라고 합리화했던 거죠.

겸손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절히 발휘되면 자신의 성취를 과시하지 않는 성숙함으로 보이지만, 과하면 자기 비하와 낮은 자존감, 소극적 태도로 이어집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겸손이 미덕으로 여겨지지만, 자기 PR이 중요한 서구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취업 준비생들이 면접에서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라고 말하다가 탈락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자기조절 강점은 더 흥미롭습니다. 미사용 시 충동성과 무절제로 나타나지만, 오용되면 강박적 통제와 감정 억제, 융통성 결여로 변합니다. 제 지인 중 한 명은 다이어트를 위해 칼로리를 극도로 통제하다가 오히려 섭식장애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조절이라는 강점이 과도하게 발휘되면서 삶의 유연성을 잃어버린 케이스였죠.

연구에 따르면 강점의 '오용'은 특정 강점을 상황에 부적절하게 과하게 투입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반면 '미사용'은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로, 삶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무기력증을 유발합니다. 개인은 상황적 지혜를 발휘하여 자신의 강점을 조절하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강점과의 조합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일상에서 강점을 균형 있게 쓰는 법

강점 진단은 VIA 성격 강점 검사나 클리프턴 강점 검사로 가능하지만, 이들 도구는 자기 보고식 설문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기 인식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강점 파악이 절실한데, 정작 그런 사람들에게는 진단 정확도가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자기 성찰이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핵심 질문을 권장합니다. "업무나 취미 활동 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순간은 언제인가?", "어떤 일을 할 때 진짜 나답다는 기분을 느끼는가?", "과거에 큰 난관을 극복했을 때 나를 지탱해준 내면의 힘은 무엇이었는가?" 같은 질문들이죠. 저는 이 질문들을 적용해보면서, 제가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을 때 가장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건 제 판단력 강점이었습니다.

타인의 피드백도 중요합니다. "동료들이나 가족들이 나에게 공통적으로 칭찬하는 장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주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찾아오는가?" 같은 질문을 통해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강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사람들이 의외로 제게 복잡한 상황을 정리해달라고 자주 요청했는데, 이게 바로 제 조망 강점이었습니다.

강점을 일상에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호기심 강점이 높은 사람이라면, 평소 이용하던 경로가 아닌 낯선 길로 퇴근하며 동네의 새로운 풍경을 관찰하거나, 점심시간에 이국적인 음식을 선택하여 처음 느껴보는 맛에 집중하는 식입니다. 설거지할 때도 물의 온도나 거품 소리에 극도로 집중하면 새로운 감각 경험이 됩니다. 거창한 활동이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일상 속에서 강점을 연습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직장에서는 '잡 크래프팅'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업무 자체를 자신의 강점에 맞게 재조정하는 겁니다. 학구열이 강점인 직장인은 새로운 기술 교육을 자원하고, 조망이 강점인 리더는 팀원들에게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는 역할을 강화하면 업무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저는 제 판단력 강점을 살려 복잡한 프로젝트의 리스크 분석을 맡아서 하면서 일에 대한 동기가 훨씬 높아졌습니다.

다만 강점을 사용할 때는 항상 "이 강점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쓰는 게 맞나"를 한 번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제가 정직 강점을 조절하기 시작한 이후로, 예전처럼 무조건 직설적으로 던지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고려하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강점은 쓰는 것만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배운 셈입니다.

자신의 대표 강점을 파악했다면, 일주일 동안 매일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연습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창의성 강점이 높은 사람은 월요일에는 평소와 다른 경로로 출퇴근하고, 화요일에는 익숙한 문제를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해보는 식입니다. 이런 작은 실험들이 쌓이면서 강점은 더욱 정교해지고, 오용과 미사용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강점은 타고난 유전적 행운이 아니라, 인식과 훈련을 통해 단련될 수 있는 심리적 근육입니다. 자신의 강점을 찾아 일상의 모든 영역에 통합하는 과정은 자아실현의 핵심 경로이며, 개인의 행복을 넘어 조직의 생산성과 가정의 화합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강점의 오용과 미사용을 경계하는 '중용의 미학'을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성숙한 인격체로서 타인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 정직 강점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연습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강점이 때론 과하게 발휘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25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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