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 이탈리아는 경제 침체와 함께 청년층의 사회 진입이 극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철학과를 110점 만점으로 졸업한 마르타 코르테제는 학문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첫 직장으로 콜센터에 취업하게 됩니다. 이 글은 그녀가 멀티플(Multiple)이라는 회사에서 겪은 경험을 통해 현대 사회의 청년 고용 불안, 감정노동의 실체, 그리고 왜곡된 자기개발 문화를 조명합니다. 마르타의 이야기는 오늘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청년들이 마주한 구조적 문제와 놀랍도록 닮아있습니다.

청년 실업 시대의 생존 전략과 철학도의 선택
마르타는 철학과 졸업 후 한나 아렌트와 하이데거에 대한 논문으로 110 cum laude라는 최고 등급을 받았지만, 학문의 세계는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연인 로베르토 로렌치는 물리학 박사로 연구원 자리를 얻었지만 월급은 312유로에 불과했고, 결국 미국 버클리 대학의 연구 프로젝트 제안을 받아 떠나게 됩니다. 마르타는 여러 출판사에 지원했지만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정중한 거절만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철학과를 중퇴한 파비아나 란자 캄피텔리는 즉시 출판사에 취업했고, 이는 학력이 아닌 인맥과 운이 취업을 좌우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팔레르모에 사는 어머니를 방문한 마르타는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가르치는 교사인 어머니로부터 "교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이라는 격려를 들었지만, 교사 임용 시험마저 노동조합 시위로 무산되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우연히 만난 라라라는 어린 소녀의 베이비시터를 하게 되고, 라라의 엄마 소니아의 소개로 멀티플이라는 콜센터에 취직하게 됩니다. 월 400유로의 시간제 일자리였지만, 마르타는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이는 오늘날 많은 청년들이 비정규직이라도 일자리를 얻었을 때 느끼는 복합적 감정과 일치합니다.
멀티플은 멀티플로 601이라는 다기능 주방기기를 판매하는 회사로, 콜센터 직원들은 고객에게 "무료 수질 검사"를 명목으로 전화를 걸어 방문 약속을 잡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르타는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빠르게 업무를 익혀 하루 10건 이상의 약속을 성사시키며 회사 내 상위 10위권에 진입했습니다. 그녀의 철학적 사고와 언어 능력은 고객의 심리를 읽고 설득하는 데 예상 외로 유용했습니다. 이는 인문학적 소양이 단순히 학문적 영역에 그치지 않고 실무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인물 | 학력/경력 | 취업 결과 |
|---|---|---|
| 마르타 코르테제 | 철학과 110 cum laude | 콜센터 시간제 (월 400유로) |
| 로베르토 로렌치 | 물리학 박사 | 연구원 (월 312유로) → 미국 이직 |
| 파비아나 란자 | 철학과 중퇴 | 출판사 정규직 즉시 채용 |
감정노동의 이중성과 콜센터 문화의 민낯
멀티플의 콜센터는 표면적으로는 활기차고 긍정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책임자 다니엘라는 매일 아침 SMS로 "항상 미소 짓고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와 같은 동기부여 메시지를 보냈고, 직원들은 목표를 달성하면 박수와 환호를 받았습니다. 마리아 키아라는 회사의 에이스로 주간 성과 1위를 독차지하며 "다이아볼리카(Diabolica, 악마적인)"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마르타는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느꼈고, 동료들의 "쾌활한 무지"가 오히려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 긍정성의 이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직원들은 고객에게 "수질 검사"라는 명목으로 접근하지만, 실제로는 시세의 10배가 넘는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속임수였습니다. 판매원들은 간이 화학 실험으로 고객을 겁주고, 실제로는 거의 쓸모없는 제품을 구매하도록 압박했습니다. 조르조 콘포르티라는 노동조합 활동가는 이를 "구조적 사기"라고 비판하며 마르타에게 회사의 실체를 알렸지만, 마르타는 당장의 생계 때문에 쉽게 떠날 수 없었습니다.
회사의 진짜 모습은 목표 미달 시 진행되는 "플레이오프(playoff)"라는 벌칙 게임에서 드러났습니다. 직원들은 월간 목표인 2000건의 약속을 달성하지 못하면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거나 이상한 벌칙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루치오라는 젊은 판매원은 목표 달성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이마에 매직펜으로 '루저' 쓰기"라는 벌칙을 거부하고 자해에 가까운 행동을 하다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족들에게까지 제품을 팔아 15,000유로를 벌어들였지만, 회사는 그를 단지 "숫자"로만 취급했습니다. 이는 성과주의가 인간을 도구화하는 폭력적 구조임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마르타는 또한 동료 다니엘라가 실은 회사 대표 클라우디오 산타로사와 불륜 관계에 있으며 임신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다니엘라는 마르타가 클라우디오에게 가까워지자 질투와 불안을 느끼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클라우디오는 아내와 별거 중이었고 법원으로부터 200미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지만, 회사 내에서는 절대적인 권력자로 군림했습니다. 이러한 위계적이고 불투명한 조직 문화는 노동자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자기개발 신화의 붕괴와 성과주의의 허상
멀티플은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자기개발"과 "동기부여"를 강조했습니다. 매주 성과 발표 시간에는 상위 10명의 "승자"들이 박수를 받고, 하위권은 "패배자"로 낙인찍혔습니다. 회사는 이를 "건강한 경쟁"이라고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직원들을 서로 경쟁시켜 착취하는 구조였습니다. 마르타는 프란카 안젤리니라는 노인과 통화하면서 인간적 연결을 느꼈지만, 회사는 이를 단지 "20건의 잠재 고객 확보"로만 평가했습니다.
조르조는 마르타에게 회사의 채용 방식을 폭로했습니다. 신입 직원은 입사 시 친구와 가족 명단 20명 이상을 제출해야 했고, 이들이 첫 번째 판매 타깃이 되었습니다. 루치오가 가족들에게까지 제품을 판 것은 이러한 구조적 압박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착취였으며, 개인의 사적 관계마저 상품화하는 신자유주의적 논리의 극단을 보여줍니다.
마르타의 친구들은 대학 동창 모임에서 각자의 진로를 이야기했습니다. 일부는 텔레비전 작가, 광고 감독 등으로 성공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는 서로를 정말 사랑했다"며 과거를 회상했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철학과 동기 중 누군가는 "이탈리아는 철학자를 잃었지만 훌륭한 텔레비전 작가를 얻었다"고 자조적으로 말했습니다. 이는 인문학 전공자들이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분야로 내몰리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조르조의 노동조합 활동은 회사에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그가 언론과 접촉해 멀티플의 불법적 노동 관행을 폭로하자, 회사는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소니아는 회사 컴퓨터로 노동조합 웹사이트를 방문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고, 다른 직원 15명도 해고 위협을 받았습니다. 회사는 이를 "보안 위반"이라고 명명했지만, 실제로는 조직화를 막기 위한 탄압이었습니다. 소니아는 해고 후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고려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고,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쉽게 사회적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는지를 보여줍니다.
마르타는 조르조의 활동을 지지했지만, 동시에 동료들이 느끼는 두려움도 이해했습니다. 알레시아라는 신입 직원은 성과 압박에 화장실에서 두 시간 동안 울었고, 다른 직원들도 "이 일이라도 잃으면 어떡하냐"는 불안에 떨었습니다. 조르조는 이들을 "고정 급여와 안정적인 배우자가 있는" 특권층이라고 비난했지만, 마르타는 "그들에게 이것이 유일한 기회"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립은 노동운동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며, 단순한 도덕적 판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냅니다.
| 동기부여 전략 | 표면적 효과 | 실제 결과 |
|---|---|---|
| 매일 SMS 동기부여 | 긍정적 분위기 조성 | 집단 최면적 통제 |
| 주간 성과 발표 | 경쟁심 유발 | 동료 간 적대와 불안 |
| 플레이오프 벌칙 | 재미있는 게임 | 공개적 모욕과 자해 |
결국 클라우디오는 다니엘라에게 살해당하고, 회사는 경찰 조사로 폐쇄되었습니다. 루치오는 중상을 입었고, 소니아는 생계를 위해 극단적 선택을 고려했으며, 마르타의 어머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비극 속에서도 마르타는 옥스퍼드 철학 저널(Oxford Journal of Philosophy)로부터 자신의 논문이 인정받았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돌아온 로베르토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학문적 성취가 더 이상 그녀의 정체성 전부가 아니며, 현실의 경험이 그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음을 암시합니다.
마르타는 루치오가 실수로 가져갔던 300유로를 프란카 안젤리니 노인에게 돌려주러 갔습니다. 프란카는 그녀를 따뜻하게 맞이했고, 마르타는 그 순간 감정의 댐이 무너지듯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순간 마르타는 자신 안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마치 댐이 무너지는 것처럼, 빙하 조각이 바다로 떨어져 녹아내리는 것처럼." 그녀는 낯선 노인의 품에서 지난 몇 달간 쌓인 고통, 좌절, 피로, 외로움을 모두 쏟아냈습니다. 이 장면은 진정한 위로가 시스템이나 제도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순수한 연결에서 온다는 진실을 보여줍니다.
마르타의 경험은 단기 성과주의가 얼마나 쉽게 공허해지는지, 그리고 진정한 성장은 시간을 두고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합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에게 끊임없는 자기 착취를 요구하는 구조가 존재합니다. 마르타의 이야기는 이러한 구조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자,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기록입니다. 그녀가 프란카의 품에서 흘린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시스템의 폭력에 맞서 인간성을 지켜낸 승리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청년 실업, 감정노동, 성과주의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예리하게 파헤칩니다. 마르타와 같은 청년들이 겪는 고통은 개인의 무능이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문제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개인의 "자기개발"이 아니라, 시스템의 근본적 재구성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마르타의 여정은 이러한 깨달음을 향한 고통스럽지만 필수적인 통과의례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마르타가 옥스퍼드 철학 저널에 논문이 실렸는데도 로베르토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마르타는 콜센터와 베이비시터로 생계를 유지하며 현실의 냉혹함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학문적 성취가 더 이상 자신의 정체성 전부가 아니며, 살아남기 위해 겪은 경험들이 그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논문 게재는 과거의 자신이 이룬 성과일 뿐, 현재의 그녀에게는 프란카 노인의 따뜻한 포옹이나 라라와의 관계처럼 인간적 연결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되었을 것입니다.
Q. 멀티플 같은 회사의 착취 구조는 왜 쉽게 근절되지 않나요?
A.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에서는 비정규직이라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회사는 "자기개발"과 "동기부여"라는 긍정적 언어로 착취를 포장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내부 고발자를 즉시 해고함으로써 저항을 원천 봉쇄합니다. 루치오나 소니아의 사례처럼 개인이 저항하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근절이 어렵습니다.
Q. 이 이야기가 한국 청년들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요?
A. 한국 사회에서도 "열정페이", "인턴 노동", "성과주의" 등의 이름으로 청년들이 착취당하는 구조가 만연합니다. 마르타의 이야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진정한 자기개발은 단기 성과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시간을 두고 성장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조르조의 노동조합 활동처럼 연대와 집단 행동이 필요하며, 프란카 노인과의 만남처럼 진정한 위로는 인간적 연결에서 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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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금더 일찍 알았더라면 너무나 좋았을 영화/고체극장: https://www.youtube.com/watch?v=DhTQM8Rb-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