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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번아웃 극복기 (자기연민, 죄책감, 마음챙김)

by 통찰심리노트 2026. 2. 28.

솔직히 저는 제가 번아웃에 빠졌다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올해 초, 만 28개월 아들을 키우면서 매일 아침이 전쟁이었던 그때, 저는 그냥 "원래 육아가 이렇게 힘든 거겠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어린이집 가기 전 옷 입히는 일이 30분씩 걸리고, 아이가 바닥에 드러누워 울부짖는 동안 제 심장은 쪼여들었습니다. 어느 날 결국 "왜 맨날 이래! 엄마 진짜 너 때문에 미칠 것 같아!"라고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조용히 눈물만 흘리던 아이의 눈빛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회사 화장실에 숨어 울면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요.

왜 이렇게 힘들까: 24개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번아웃

만 2세 전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유독 힘들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시기는 아이의 자아 의식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독립성을 주장하는 '제1 반항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뭐든 "싫어!"라고 외치지만 정작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라 부모는 끊임없이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제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수면 부족과 정체성 상실이었습니다. 밤에 서너 번씩 깨는 아이를 달래다 보면 제대로 잠을 이룬 날이 거의 없었고, 만성 피로는 제 감정 조절 능력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작은 일에도 과민하게 반응했고, 예전에 좋아하던 미술관이나 책 읽기는 까마득한 과거가 되었습니다. 거울 앞에 서서 "나는 지금 누구지?"라고 물었을 때 떠오르는 대답이 "○○이 엄마" 밖에 없다는 게 무섭더군요.

더 힘들었던 건 독박 육아였습니다.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면 "나도 회사에서 힘든데"라는 답이 돌아왔고, 그 말에 저는 제 노동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육아는 24시간 쉬지 않는 노동인데, 그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죄책감이 수치심으로 변하는 순간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 그날 밤, 저는 "오늘 내가 잘못했어"라는 반성을 넘어 "나는 엄마 자격이 없어. 아이가 나 같은 부모를 만나서 불행할 거야"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이게 바로 죄책감이 수치심으로 변질된 상태였습니다.

죄책감은 "내 행동이 잘못됐다"는 판단이지만, 수치심은 "나라는 존재 자체가 잘못됐다"는 부정입니다. 죄책감은 행동을 고칠 수 있게 만들지만, 수치심은 저를 움츠러들게만 만들었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 때조차 아이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고, 다른 엄마들이 저를 형편없는 부모로 볼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렸습니다.

특히 힘들었던 건 아이가 떼를 쓸 때마다 과도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분노는 현재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컸습니다. 어릴 때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울면 혼난다"는 환경에서 자란 제 과거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통해 자극받고 있었던 거죠. 제가 아이에게 반응하는 게 아니라, 제 안의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자기연민 실천으로 찾은 회복의 길

변화의 시작은 주말 오후, 혼자 남은 거실에서였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글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위로해보세요"라는 내용이었죠. 처음엔 민망했지만 눈을 감고 작게 속삭였습니다. "수진아, 정말 힘들었지. 매일 아침 전쟁 같았잖아. 너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 순간 목이 뜨거워지면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2년 넘게, 저는 저 자신에게 단 한 번도 괜찮다고 말해준 적이 없었던 겁니다.

그날 이후 두 가지를 의식적으로 바꿨습니다. 첫 번째는 '유턴'이었습니다.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하면 즉시 아이를 제지하기보다, 먼저 제 몸의 신호를 살폈습니다. 심장이 빨라지고 주먹이 쥐어지는 걸 느끼면 속으로 "지금 내가 격앙되어 있구나. 3초만 호흡하자"라고 말하고 깊은 숨을 세 번 쉬었습니다. 그 3초의 멈춤이 놀라운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소리 지르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옷 입기 싫었구나. 그런데 어린이집 가야 하니까, 이 옷이랑 저 옷 중에 뭐가 좋아?"라고 선택권을 주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두 번째는 '2분 규칙'이었습니다. 아이를 재운 후 습관적으로 밀린 집안일을 하던 시간 중 딱 2분만 저를 위해 쓰기로 했습니다. 어떤 날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고, 어떤 날은 좋아하는 노래를 이어폰으로 들었습니다. 고작 2분이었지만 "나도 돌봄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감각이 조금씩 회복됐습니다. 이전에는 "쉬고 있을 시간이 어딨어"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는데, 2분의 휴식이 오히려 그 후의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한 달쯤 후 찾아왔습니다. 아이를 재우며 이불을 덮어줄 때 아이가 "엄마, 오늘 안 무서웠어"라고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이가 저에게 무서움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무서움이 줄어들었다는 걸 아이 스스로 표현한 거였습니다. 그 한마디가 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었고, 동시에 이전의 저를 용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완벽한 엄마는 아닙니다. 여전히 피곤한 날엔 목소리가 올라가고, 그 후에 자책하는 밤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예전과 결정적으로 달라진 건, 그 자책이 저를 무너뜨리는 수치심이 아니라 내일 더 나은 선택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는 겁니다. 그 전환의 시작점은 항상 "오늘도 수고했어. 넌 충분히 좋은 엄마야"라는 제 자신에게 건네는 한마디에서 출발합니다.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완벽한 양육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부모의 안정된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혹시 지금 비슷한 고통 속에 계신 분이 있다면, 먼저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그리고 "수고했어"라고 말해주세요. 그 작은 한마디가, 내일 아침 아이에게 한 뼘 더 여유 있는 미소를 건넬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겁니다.


참고: https://scholarworks.bwise.kr/cau/bitstream/2019.sw.cau/72539/1/%EC%98%81%EC%95%84%20%EC%96%B4%EB%A8%B8%EB%8B%88%EC%9D%98%20%EC%96%91%EC%9C%A1%EC%8A%A4%ED%8A%B8%EB%A0%88%EC%8A%A4%2C%20%EC%96%B4%EB%A8%B8%EB%8B%88%EA%B0%80%20%EC%A7%80%EA%B0%81%ED%95%9C%20%EC%95%84%EB%B2%84%EC%A7%80%20%EC%96%91%EC%9C%A1%EC%B0%B8%EC%97%AC%EA%B0%80%20%EB%B6%80%EB%AA%A8%EC%97%AD%ED%95%A0%EB%A7%8C%EC%A1%B1%EB%8F%84%EC%97%90%20%EB%AF%B8%EC%B9%98%EB%8A%94%20%EC%98%81%ED%96%A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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