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MBTI 검사를 받고 INFP가 나왔을 때, 저는 "이상주의적 중재자"라는 설명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친구들과 재미로 다시 해봤더니 INTP, 취업 준비 중에는 ENFJ가 나왔습니다. 세 번의 검사에서 세 번 모두 다른 유형이 나온 겁니다. "도대체 진짜 나는 뭐지?"라는 의문과 함께, 이 검사 자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MBTI는 왜 할 때마다 결과가 다를까
일반적으로 MBTI는 "과학적인 성격 검사"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심리측정학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검사가 되려면 시간이 지나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MBTI는 재검사 신뢰도가 상당히 낮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수 주에서 수개월 후 다시 검사했을 때 약 35%에서 75%의 사람들이 이전과 다른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제 결과가 달라진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때는 낯선 환경에서 위축되어 있었으니 내향형이 나왔고, 취업 준비 중에는 면접 연습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말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으니 외향형이 나온 겁니다. 결국 검사는 "나의 본질"이 아니라 그 시점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문제는 MBTI가 채택한 이분법적 구조에 있습니다. 실제 인간의 성격은 극단적인 외향형이나 내향형보다 중간 정도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 대다수인데, MBTI는 중간 점수를 기준으로 단 1점 차이만으로도 사람을 완전히 상반된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외향성 점수가 중간인 사람은 그날의 기분이나 환경에 따라 E와 I 사이를 오가게 되고, 이는 전체 16가지 유형의 변화로 이어지는 겁니다.
더 심각한 건 이런 불안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점입니다. 대학 팀 프로젝트를 할 때 한 조원이 매번 마감을 어기면서 "나는 P라서 원래 계획적으로 못 해"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웃어넘겼는데, 세 번째 마감을 놓쳤을 때는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그건 성격 유형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감의 문제였으니까요. 그 친구는 MBTI라는 라벨 뒤에 숨어서 자기 행동을 고치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과학적 대안은 무엇인가
심리학계에서 MBTI 대신 표준으로 채택하는 모델은 Big Five(5요인 모델)입니다. MBTI가 융의 이론적 가정에서 출발했다면, Big Five는 언어 속에 나타난 성격 관련 어휘들을 통계적 기법으로 분석해 도출한 실증적 모델입니다. Big Five는 외향성, 신경증, 개방성, 우호성, 성실성이라는 다섯 가지 차원의 연속선상에서 성격을 파악합니다.
제가 주목한 건 MBTI가 완전히 누락시킨 '신경증' 차원입니다. 정서적 안정성을 측정하는 이 지표는 심리적 건강과 직무 적응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MBTI는 모든 사람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려는 마케팅 전략 때문에 이 중요한 부정적 지표를 빼버렸습니다. 실제로 MBTI 결과 리포트를 보면 대부분의 문장이 "당신은 조용하지만 내면은 열정적입니다" 같은 긍정적이고 모호한 서술로 가득합니다. 이건 사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한번은 실험 삼아 친구에게 제 MBTI 결과 설명 대신 전혀 다른 유형의 설명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 친구는 "와, 이거 완전 나인데?"라고 반응했습니다. 이게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바넘 효과입니다. 사람들은 보편적이고 긍정적인 성격 묘사를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으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Big Five는 다양한 문화권과 언어권에서 일관되게 재현되며, 학업 성취도, 직무 성과, 수명, 관계 만족도 등을 예측하는 데 있어 MBTI보다 훨씬 높은 타당도를 보입니다. 특히 성실성 점수는 직무 성과를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로 밝혀졌습니다. 반면 MBTI는 특정 유형이 특정 직업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다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회를 포함한 다수의 학술 단체는 상담이나 인사 채용 과정에서 MBTI 사용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Big Five도 완벽한 대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Big Five 역시 자기보고식 설문이라는 한계는 동일하고, 대중적으로는 여전히 MBTI만큼 확산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원하는 건 정확한 측정이 아니라 소통의 언어일 수도 있습니다. "너 MBTI 뭐야?"라는 질문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데는 분명 효과적이니까요.
그렇다고 MBTI가 완전히 쓸모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의 물꼬를 트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이 자기 성찰의 첫 계기로 삼을 때는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과학적 진리처럼 맹신하거나, 자신과 타인을 그 틀에 가두는 순간 시작됩니다. 연인 사이에서 "T는 원래 공감을 잘 못 해"라는 말로 상대방의 감정을 무시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성격적 경향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너 MBTI 뭐야?"라는 질문에 유형을 답하는 대신 "할 때마다 달라져서 잘 모르겠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대답이 오히려 나라는 사람의 복잡함과 유동성을 더 정직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네 글자로 요약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MBTI를 가볍게 즐기되, 그 결과로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Myers%E2%80%93Briggs_Type_Indicator